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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하는 볼리비아 정세...미·중 리튬 대리전으로 번지나

이찬건 2026-05-21 02:58:28

악화하는 볼리비아 정세...미·중 리튬 대리전으로 번지나

세계 최대 리튬 매장국인 볼리비아가 극심한 정세 불안에 휩싸이면서, 이번 사태가 단순한 내정 위기를 넘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 중심의 리튬 공급망 구조를 흔들려는 미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친중 좌파 세력 간 충돌 양상이 겹치면서 남미 전략광물 시장의 긴장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2026년 5월 현재 볼리비아에서는 연료 공급난과 전국적인 도로 봉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친시장 성향의 호드리고 파스 페레이라 대통령이 외환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장기간 유지되던 연료 보조금을 폐지한 이후, 품질이 낮은 연료가 시중에 유통되며 사회적 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광부와 농민 단체, 야권 세력은 전국 주요 도로를 봉쇄하며 정부에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강경한 반응을 내놓았다.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 대행은 최근 워싱턴 통상 콘퍼런스에서 이번 시위를 “정치 세력과 조직범죄가 결탁한 쿠데타 시도”라고 규정하며 파스 정부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국제통상 업계에서는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 배경에 볼리비아 리튬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악화하는 볼리비아 정세...미·중 리튬 대리전으로 번지나

볼리비아는 약 2100만 톤 규모 리튬 매장량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 최대 리튬 보유국이다. 특히 우유니 염호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 확보 경쟁의 중심지로 평가된다. 그동안 볼리비아 좌파 정권은 중국 CBC 컨소시엄과 러시아 국영기업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리튬 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친중·친러 공급망 구조를 강화해 왔다.

최근 공개된 계약 세부 내용도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 CBC 컨소시엄은 약 10억 달러 규모 투자와 함께 직접리튬추출(DLE) 기반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며, 계약 과정에서 리튬 가격을 톤당 2만4000~2만6000달러 수준으로 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국제 리튬 가격은 1만달러 안팎 수준까지 하락한 상태여서 지나치게 낙관적인 수익성 전망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친서방 성향의 파스 정부는 집권 이후 기존 중·러 계약을 재검토하고 국제 중재 조항을 포함한 새로운 리튬법 제정을 추진해 왔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이 사실상 장악해 온 남미 광물 공급망에 균열을 낼 기회로 평가되는 셈이다. 실제 미국은 최근 칠레와 핵심광물·희토류 협력을 확대하며 ‘우방 중심 공급망’ 구축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남미 좌파 진영과 친중 세력은 미국 개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콜롬비아 좌파 정부 역시 이번 사태를 미국 중심 경제 질서에 대한 저항으로 규정하며 파스 정부를 비판했다.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좌파 세력도 이번 혼란을 계기로 정부의 친시장 정책을 강하게 공격하고 있는 모양새다.

악화하는 볼리비아 정세...미·중 리튬 대리전으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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