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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급등하는 양파 가격에 2만톤 수입...”농부에게 책임 전가하는 꼴“

이한재 기자 2023-01-10 00:00:00

한 달 양파 소비량 1만 7,000톤...수입해도 부족해
생산성 늘리 방안 찾아야
MSC
필리핀 농무부가 2만 2,000톤 규모의 양파를 수입할 계획이다. MSC

필리핀이 치솟는 양파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한 대책으로 수입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농부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필리핀 농무부가 급등한 양파 가격을 가라앉히기 위해 2만 2,000톤 규모의 양파를 수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렉스 에스토페레즈 필리핀 농무부 차관보는 양파 수입과 관련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승인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필리핀의 양파는 육류보다 가격이 비싼 상황이다. 생산량이 줄고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파의 가격은 닭고기의 3배, 소고기보다 25% 비싼 수준이다. 아울러 지난달 필리핀의 소비자물가는 8.1% 상승해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심지어 양파는 필리핀 요리의 핵심 재료로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양파 가격 상승은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필리핀 정부는 대량의 양파를 수입해서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의 한 달 양파 소비량은 약 1만 7,000톤으로 수입량이 한참 못 미친다. 게다가 오히려 문제를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양파 수입은 1월과 2월에 수확을 시작하는 지역 농부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조치다. 언스플래시
양파 수입은 1월과 2월에 수확을 시작하는 지역 농부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조치다. 언스플래시

경제 전문 리서치 기구 이본재단연구센터(IBON Foundation)의 소니 아프리카(Sonny Africa) 전무는 필리핀 정부의 수입 계획이 양파 수확기와 맞물리며 최악의 결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양파 수입은 1월과 2월에 수확을 시작하는 지역 농부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조치라며 소매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불확실하고 판매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리핀 농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필리핀산 적양파 1kg의 가격은 220페소였지만 수입산 적양파는 200페소로 저렴했다.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자국산 적양파보다 수입산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마닐라 아테네오 대학교의 레오나르도 란조나(Leonardo Lanzona) 경제학자는 이번 정부의 대책안은 농부들의 생계를 희생시키고 소비자들에게만 이득인, 불평등한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가격 안정화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가격을 입맛대로 조작하는 상인들을 잡아야 한다“며 ”그것이 농민과 소비를 위한 진정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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