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4.5%로 낮춰 잡았다. 중동 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홍수 방지 사업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프라 지출이 위축되면서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약해졌다는 판단이다.
아르세니오 발리사칸 필리핀 경제기획개발부(DEPDev) 장관은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여건 변화를 고려할 때 2026년 성장률이 최소 3.5%에서 4.5% 수준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는 당초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를 5~6%로 제시했지만 최근 개발예산조정위원회(DBCC) 회의를 거쳐 전망치를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수정 전망은 예산관리부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1분기 성장률 2.8%…5년 만에 최저
필리핀 경제는 올해 1분기 2.8%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는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동 분쟁으로 국제유가와 연료비가 상승한 데다 홍수 방지 사업 관련 논란 이후 정부의 인프라 지출이 줄어든 것이 성장률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투자와 건설 활동이 위축되면서 내수와 고용 회복에도 부담이 커졌다.
발리사칸 장관은 2분기 경기 흐름에 대해서도 “다소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1분기에 발생한 충격의 시차 효과가 2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중동발 고유가·인프라 지출 위축 이중 부담
필리핀 경제는 원유와 석유제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국제유가 상승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운송비와 생산비가 상승하고, 이는 소비자물가와 가계 구매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홍수 방지 사업을 둘러싼 논란으로 공공 인프라 집행이 지연되면서 건설과 투자 부문의 성장 기여도도 약화됐다. 정부가 사업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재정 지출 효과가 예상보다 늦게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발리사칸 장관은 최근 정부가 공공정책과 행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정책과 정부 운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일이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정부 지출 확대에 회복 기대
필리핀 정부는 하반기 재정 지출이 본격화되면 경기 흐름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단되거나 지연된 인프라 사업이 재개되고 공공투자가 확대될 경우 건설업과 고용, 민간 소비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중동 정세가 안정되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할 경우 필리핀 경제가 받는 비용 압박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와 운송비가 낮아지면 기업의 생산비 부담이 줄고 가계의 실질 구매력도 개선될 수 있다.
발리사칸 장관은 최근의 대외 충격이 필리핀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훼손한 것은 아니라며 중동 위기와 국내 현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경우 다시 높은 성장 경로로 복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성장보다 포용성·정책 신뢰 회복이 관건
다만 정부가 전망한 3.5~4.5% 성장률은 당초 목표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하반기 재정 집행 속도와 국제유가, 민간 투자 회복 여부에 따라 실제 성장률이 전망 범위의 하단에 머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필리핀이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 정상화뿐 아니라 정부 사업의 투명성과 정책 신뢰를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책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국내외 기업의 투자 결정이 늦어지고 고용 창출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발리사칸 장관은 “높은 성장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장의 포용성”이라며 “경제성장의 성과가 빈곤 감소와 국민 생활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필리핀, 올해 성장률 전망 3.5~4.5%로 하향…중동 사태·인프라 투자 위축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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