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가 말라카해협을 우회하는 ‘랜드브리지’ 사업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남부 안다만해의 라농항과 태국만의 춤폰항을 약 90㎞ 길이의 철도·고속도로로 연결해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복합물류 회랑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총사업비는 약 304억달러로 추산된다.
사업이 현실화하면 인도양·중동·유럽에서 들어온 화물은 라농항에서 하역된 뒤 육로를 거쳐 춤폰항으로 이동하고, 다시 선박에 실려 중국·한국·일본 등 동아시아로 운송된다. 반대 방향 화물도 같은 방식으로 이동한다. 선박이 말라카해협을 통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태국은 이를 해상 병목을 보완할 전략 노선으로 보고 있다.
재추진 배경에는 말라카해협 혼잡과 홍해·호르무즈해협 불안이 자리한다. 태국 정부는 주요 해상 통로가 지정학적 충격에 취약해진 만큼 대체 물류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1만2000TEU 이하 피더선 화물을 중심으로 운송시간을 최대 6일 줄이고, 일부 구간에서는 비용도 약 10%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태국은 랜드브리지를 단순한 우회로가 아니라 남부지역 개발사업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양쪽 항만 주변에 물류단지와 산업시설을 조성해 싱가포르·말레이시아에 집중된 환적 물량 일부를 유치하고, 태국 서부와 인도·중동 시장의 연결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베트남·캄보디아 등 메콩권 화물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경제성 논란은 여전하다. 랜드브리지를 이용하면 컨테이너를 양쪽 항만에서 두 차례 하역해야 해 항만사용료와 철도운임, 보관비, 통관비용이 추가된다. 선박 도착시간이 맞지 않거나 한쪽 항만에서 적체가 발생하면 시간 절감 효과도 사라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컨테이너당 비용이 말라카해협 항로보다 오히려 250달러 이상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형 해운사와 항만운영사의 참여 여부도 관건이다. 태국은 민관협력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지만, 막대한 사업비와 정책 지속성, 환경영향평가, 주민 반대가 투자 결정의 변수로 꼽힌다. 라농과 춤폰 일대 맹그로브와 어장 훼손 우려도 커 환경·보건영향평가가 다시 진행 중이다. 정부 검토 결과 이후에도 내각 승인과 특별법 제정, 투자자 모집 절차를 거쳐야 해 실제 착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태국 물류업계의 한 전문가는 “랜드브리지는 말라카해협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태국과 메콩지역 화물, 긴급·고부가가치 화물을 처리하는 보완 노선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사업의 성패는 기존 항로보다 운송비와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양쪽 항만을 이용할 선사와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태국, 말라카해협 우회 ‘랜드브리지’ 재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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