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의 경제적 충격이 지역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페르시아만 주요 항만이 군사 공격 대상이 되고, 핵심 해상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연료 가격과 해상 운임이 급등하고 있다.
특히 중동 항로를 통과하는 선박 운항이 제한되면서 유럽·아시아·아프리카·중동을 연결하는 핵심 물류 허브가 마비 상태에 가까워졌다. 항공 화물 운송도 일주일 이상 중단되면서 항공사들이 운항을 재개하더라도 물류 적체 해소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지역에 공급망을 의존하는 기업들은 핵심 부품 부족, 운송 비용 상승, 수익성 악화라는 삼중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비용 상승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경우 이미 생활비 부담이 큰 가계에 추가적인 물가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시장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 글로벌 주식과 채권 시장은 물론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 수요도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기업·가계 리스크 확대를 반영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 총재는 태국 방콕에서 열린 행사에서 “세계 경제는 여러 차례 충격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회복력을 보여 왔다”며 “그러나 이러한 회복력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팬데믹 이후 많은 국가들이 재정적자 확대, 노동시장 회복 지연, 낮은 성장률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어 추가 충격에 대한 대응 여력이 줄어든 상태라고 지적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중앙은행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야 하며, 높은 국가 부채를 고려할 때 재정 부양책 사용에도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경제 인프라도 타격
이번 충돌은 전통적인 물류 인프라뿐 아니라 디지털 경제 인프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드론 공격으로 아마존(Amazon.com)이 운영하는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 지역 데이터센터 3곳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데이터 서비스와 클라우드 기반 기업 활동에도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 최대 변수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특히 중국, 인도,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 경제권이 중동 원유의 주요 수입국이기 때문에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아시아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역별 영향도는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아시아와 유로존, 영국 경제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자재 공급망도 불안
문제는 에너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페르시아만 항만은 전 세계 비료 수출의 약 7%, 귀금속 약 6%, 알루미늄 및 관련 제품 5.3%, 시멘트와 비금속 광물 4.4%의 수출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물류 흐름이 차질을 빚을 경우 글로벌 산업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해상·항공 운임 급등 전망
해운 업계도 긴장 상태다. 덴마크 해운사 D/S Norden의 얀 린드보(Jan Rindbo) 최고경영자는 “이번 사태는 중동 지역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중요한 사건”이라며 “전쟁이 길어질수록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해운사 MSC, 머스크(Maersk) 등 주요 컨테이너 선사들은 아시아–중동 노선과 중동–유럽 노선 예약을 중단한 상태다.
항공 화물 운임 역시 중동 허브를 경유하는 노선에서 단기간에 두세 배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DHL 그룹의 토비아스 마이어(Tobias Meyer) CEO는 “현재 상황은 매우 도전적이며 향후 수주간 물류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화물은 운항 가능한 공항으로 트럭을 이용해 이동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번 중동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물가 상승 압력이 동시에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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