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제조업이 수요 둔화와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3개월 연속 위축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베트남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계획을 일부 완화하며 무역 긴장 완화에 나섰다.
S&P 글로벌이 발표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에 따르면, 베트남은 48.9를 기록해 5월의 49.8보다 더 하락했으며, 3개월 연속 기준선인 50.0을 밑돌았다. 이는 제조업 경기가 수축 국면에 있음을 의미하며, 2025년 상반기 말 기준으로 제조업 전반의 경영상황이 다소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S&P 글로벌은 7월 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수요 부진, 특히 수출 주문 감소가 PMI 하락의 핵심 원인이라고 밝혔다. 응답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강화가 해외 수요 위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으며, 이에 따라 수출 주문이 전체 신규 주문보다 빠르게 줄었다. 기업들은 이에 대응해 고용과 원자재 구매, 재고 확보를 줄이며 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관세 인상 완화 선언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당초 예고한 46% 대신 20%로 낮춰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제3국을 경유해 수출되는 환적품에 대해서는 40%의 관세를 적용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사회주의 공화국 베트남과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히며, 베트남 최고지도자 또 람(To Lam)과의 직접 통화를 통해 이번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발표는 미국이 대부분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예고한 7월 9일 시한을 앞두고 나온 것으로, 양국 간 긴장 완화를 위한 정치적 제스처로 평가된다. 이번 조치로 인해 베트남은 미국의 10번째 교역국으로서 비교적 유리한 조건을 확보한 셈이지만, 관세가 적용될 세부 품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미국산 제품 시장 접근 확대
베트남 정부는 미국산 대형 엔진 차량 등 주요 품목에 대한 시장 접근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며, 미국에 자국을 ‘시장경제국’으로 인정하고 첨단 기술 제품 수출 제한을 해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하노이가 수년간 요구해온 사안으로, 이번 협상을 통해 다시 강조됐다.
환적 문제도 핵심 쟁점 중 하나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이 베트남을 경유해 ‘베트남산Made in Vietnam’으로 둔갑해 수출되는 문제를 지적하며, 해당 품목에는 40%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집행 방식은 향후 협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관세 조정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제조업체들은 6월 생산량을 두 달 연속 소폭 확대했다. 증가 폭은 5월보다 줄었으나, 생산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기업 신뢰도 역시 소폭 개선됐으며, 일부 기업은 하반기에 대한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내비쳤다.
재고 조정과 원가 압력 지속
재고 조정도 가속화됐다. 제조업체들은 수요 둔화에 따라 원자재 재고를 9개월 만에, 완제품 재고를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였다.
원자재 가격은 6월에 소폭 반등했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들은 원자재 부족과 달러 대비 베트남 동화의 약세를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S&P 글로벌의 앤드루 해커 디렉터는 “이번 PMI 조사에서 긍정적인 측면은 생산이 여전히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도 “수요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 흐름은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2025년 상반기는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으로 특징지어진 시기였으며, 향후 제조업의 방향은 글로벌 경기 안정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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