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제가 예상보다 부진한 산업 생산 지표를 보이며 회복 전망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12월 수출은 증가했지만, 산업 생산은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연방통계청이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2월 독일의 수출은 전월 대비 2.9% 증가했다. 이는 로이터가 실시한 경제학자 여론 조사에서 예측했던 0.6% 감소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그러나 2024년 전체적으로 볼 때,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수요 약세로 인해 독일의 수출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산업 생산은 2.4% 감소하며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앞서 로이터가 집계한 분석가들의 예측치는 0.6% 감소였지만, 실제 감소폭이 이를 훨씬 초과한 것이다.
독일 수출, 회복세에도 구조적 어려움 직면
12월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독일 경제는 여전히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독일의 주요 산업은 높은 에너지 비용, 해외 경쟁 심화, 여전히 높은 이자율,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정부는 올해 독일의 수출이 0.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이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독일은 3년 연속 수출 감소세를 기록하게 된다.
이에 대해 독일산업연맹(BDI)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하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경우, 2025년 독일의 대미(對美) 수출이 0.5% 가까이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12월 기준으로 유럽연합(EU) 국가로의 수출은 전월 대비 5.9% 증가했지만, EU 이외 국가로의 수출은 0.5%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전월 대비 2.8% 감소했고, 12월 무역수지는 207억 유로(약 215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11월의 192억 유로 대비 증가했다.
산업 생산 급감…경기 침체 우려 지속
독일의 산업 생산 감소세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연방통계청은 12월 독일의 산업 생산이 전월 대비 2.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1월의 1.3% 증가에서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예상보다 심각한 산업 위축을 의미한다.
ING의 글로벌 거시경제 책임자인 카르스텐 브르제스키는 "독일의 산업 생산이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여전히 10%가량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이번 수치는 산업 부문이 독일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고 분석했다.
또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3개월 평균을 기준으로 분석하면 10월~12월 산업 생산량은 이전 3개월보다 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기적인 경기 반등보다는 지속적인 둔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산업 주문 증가에도 회복 기대 어려워
다만, 산업 주문량은 증가세를 보였다.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12월 항공기, 선박, 기차, 군용 차량 등 대규모 주문이 증가하면서 산업 주문량은 전월 대비 6.9% 증가했다.
이에 대해 Capital Economics의 유럽 수석 경제학자인 앤드류 케닝햄은 "단기적으로 자동차 생산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으며, 금리 하락이 기업 투자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독일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독일의 대표적인 경기 선행지표인 Ifo 기업 신뢰지수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12월 중순 이후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반등하면서 에너지 집약 산업의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케닝햄은 "독일 산업의 구조적 쇠퇴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며, "현재의 산업 침체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독일 경제, 2년 연속 위축 전망…정부 대응 필요
현재 독일 경제는 2년 연속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에너지 비용 절감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효과적인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독일 경제의 회복을 위해 금리 인하와 기업 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통화 정책 변화, 지정학적 긴장,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여러 변수들이 남아 있어 독일 경제의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산업 생산 감소와 구조적인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독일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획-관세전쟁의 포화] 美 철강 관세 폭탄…브라질, 15억 달러 수출 타격
[기획-ASEAN 트레이드] 필리핀, 동남아 경제 강자로 부상…2026년까지 두 번째로 빠른 성장 전망
[기획-메르코스코프] 브라질, 2년 만에 월간 무역 적자…수출↓수입↑ 영향
[기획-무역 FOCUS] AI 특수에 대만 수출 ‘껑충’…31.5% 급증하며 예상치 뛰어넘어
[기획-무역 FOCUS] 캐나다 1월 무역 흑자, 32개월 만에 최고…대미 수출 사상 최대
인도, 2월 제조업 성장률 수요 둔화…14개월 만에 최저치 기록
美 트럼프 행정부,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 원유 가격 하락세 지속
[기획- MENA 다이버전스] 모로코-이집트, '패스트 트랙' 도입… 무역 협력 강화
[기획-메르코스코프] 1월 멕시코 수출 5.5% 증가… 美 관세 압박에 불확실성 고조
[기획- CARICOM블록] 자메이카 무역 적자 축소…수출·수입 동반 감소 속 광업 성장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