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제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일 연방 통계청(데스타티스)은 2024년 독일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0.2% 감소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이는 2023년의 -0.3%에 이은 또 한 번의 경제 위축으로,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이 지속적인 성장 둔화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수치는 독일 국민들이 새로운 정부를 선출하기 위해 투표에 나서기 불과 몇 주 전에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 가스 의존 끝났지만…에너지 위기 지속
독일 경제의 위축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무엇보다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에너지 위기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독일은 한때 러시아산 저렴한 천연가스의 최대 수입국이었으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가 강화되면서 기존 에너지 공급망이 무너졌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미국, 노르웨이, 카타르 등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대체 수입하는 등 대안을 모색했으나, 여전히 에너지 비용 상승을 피할 수 없었다.
이는 독일의 주요 제조업체와 가계에 큰 부담을 주었으며,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기후 변화와 국제 공급망 교란 역시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식료품과 위생용품 등 필수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독일 국민들의 생계 부담이 더욱 커졌다.
특히 독일은 몇 년 전까지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료품 가격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급격한 인플레이션 충격이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더욱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전기차 공세…독일 자동차 산업 직격탄
독일 경제를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인 자동차 산업도 위기에 봉착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수출 중심의 제조업 강국이지만, 최근 글로벌 경제 둔화와 중국발(發) 경쟁 심화로 인해 수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가 급성장하면서 독일 자동차 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중국의 BYD, 니오(NIO), XPeng 등 전기차 제조사들은 독일 및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인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독일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맞물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예산 문제로 연립정부 붕괴…조기 총선 불가피
이런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독일 정치권도 혼란에 빠졌다.
독일 정부는 재정 균형을 유지하려는 정책 기조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확대 사이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가 무너졌다.
문제의 핵심은 ‘부채 상한제’였다. 독일은 헌법상 GDP 대비 일정 수준 이상의 국가 부채를 발행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를 완화하려는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 이를 반대하는 자유민주당(FDP) 간 갈등이 격화됐다.
결국, 숄츠 총리가 재무장관인 크리스티안 린드너(FDP)의 사임을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FDP가 연정을 탈퇴하면서 정부가 붕괴됐다.
이에 따라 독일은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되었으며, 경제 회복과 재정 정책이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앞으로의 전망…경제 회복 가능할까?
독일 경제가 2025년 반등할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독일 정부는 친환경 기술 투자 확대와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중국과의 경쟁 심화 등 여러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독일이 향후 몇 년 동안 에너지 정책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하고, 산업 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독일 경제를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독일 경제가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안정적인 성장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새로운 정부가 어떤 경제 정책을 내놓을지, 그리고 독일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따라 향후 경제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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