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베트남의 무역 지위를 '비시장경제'(NME·Non Market Economy)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양국의 외교 관계가 개선된 이후 '시장경제' 지위로의 격상을 바라던 베트남은 이 발표에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로이터통신과 베트남뉴스통신(VNA)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베트남이 비시장경제 국가로 계속 분류되는 것으로 결정됐다"며 "베트남산 수입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적용 방식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자국의 경제 개혁 조치와 양국 관계를 반영해 비시장경제 지위를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해왔으나, 이번 결정으로 그 기대는 무산됐다.
경제 개혁과 무역 지위 격상 노력
베트남은 미국과의 무역 지위가 '시장경제'로 격상될 경우 대미 수출품에 부과되는 징벌적 반덤핑 관세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미국은 베트남을 여전히 중국, 러시아, 북한 등과 함께 비시장경제로 분류했다. 현재 비시장경제로 분류된 국가는 총 12개국이다.
베트남은 중국,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최근 미국과의 협력을 확대해왔다. 지난해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새우 수산업과 철강 업계를 중심으로 베트남에 대한 시장경제 지위 부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과 베트남 간의 무역 규모는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히 증가했다. 양국 간의 총 무역 규모는 약 124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2022년에 비해 11% 감소한 수치지만, 여전히 상당한 규모다.
베트남은 미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전자제품, 가구, 반도체 부품, 의류, 신발 등의 수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미국은 베트남에 주로 농산물, 항공기, 기계류 등을 수출하고 있다.
팜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상무부가 베트남을 계속 비시장 경제로 유지한 것에 실망했다"며 "이번 결정은 국제 사회가 인정한 베트남의 시장 경제 구축과 발전에 대한 노력과 성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포괄적 전략 동반자 정신에 따라 광범위하고 강력하고 건설적인 협력에 대한 약속을 계속 이행하고 베트남의 시장 경제 지위를 조속히 인정할 것을 미국에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산업 보호 vs 외교 협력, 엇갈린 이해관계
미국의 이번 결정은 베트남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유지함으로써 미국 내 일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새우 수산업과 철강 업계는 베트남 제품과의 경쟁에서 불리함을 피하기 위해 반덤핑 관세 유지를 강력히 주장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트남은 미국과의 무역 지위를 '시장경제'로 격상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양국 간 무역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베트남은 경제 개혁과 외교적 협력을 통해 무역 지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며,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와 글로벌 무역 규범을 고려해 베트남과의 협력을 조정해 나갈 것이다.
미국의 베트남 무역 지위 '비시장경제' 유지 결정은 경제적, 외교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베트남은 이에 실망감을 표명하면서도 지속적인 경제 개혁과 외교 협력을 통해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베트남은 현재 대한민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1992년 5억달러에서 시작한 한-베트남 교역규모는 2021년 807억 달러를 기록해 161배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대외교역량은 수출과 수입이 각각 8.4배, 7.5배 증가했지만, 대베트남 수출과 수입은 각각 142배, 240배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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