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과 외교 정책은 늘 민낯을 드러내지 않는 연인처럼 숨바꼭질을 이어가곤 한다. 이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해, 대한민국 또한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러시아산 석탄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일본, 대만 등이 러시아산 석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국제 사회 제재에 대한 러시아 대응 시나리오별 한국 경제에 대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러시아산 석탄 의존도는 지난해 20.1%로, 이는 2021년 대비 2.6%포인트 상승한 수치이며 올해 4월 기준으로는 25.5%까지 증가했다. 이에 반해 대만은 9.2%, 일본은 3.5%, EU는 0%로 러시아산 석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러시아산 석탄 가격의 상대적인 저렴함과 부산과 인접한 러시아의 보스토치니 항을 통한 신속한 거래 가능성이 이러한 현상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적인 이익 추구가 국가의 장기적인 이익과 안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냉철한 검토가 필요하다.
러시아가 에너지 원자재 공급을 통제할 경우,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예상되며 이로 인해 한국 산업계에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한국 전체 산업의 평균 생산비용이 0.64% 증가하며, 이 중 석유제품 5.92%, 전력·가스·증기 4.74%, 1차 금속제품 0.96%, 화학제품 0.93% 등이 큰 비용 부담을 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러시아의 침공 행위를 규탄하며,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취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국제적 흐름에 발맞추지 못하는 한국의 미온적 태도는 불가피하게 세계무대에서 고립될 위험을 안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 정부가 에너지 원자재 공급을 통제함으로써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경우, 이로 인해 한국 산업계에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도 높다.
한국 정부는 지금이 바로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인해 세계 경제 질서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이웃 나라와의 거래를 통한 단기적 이익보다는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장기적인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사업이 7500억달러(약 98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민간이 선제적으로 대비하여 기회를 잡는 데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한국은 러시아에 대한 석탄 수입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해야 할 것이며, 다양한 국가와의 에너지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 국제사회의 믿음을 되찾고, 더욱 안정적인 경제와 외교적 기반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통찰력과 전략적 사고로 무장한 지도자들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국가 안보, 그리고 경제적 번영을 위하여, 냉철하고 담대한 결단이 요구된다.
미·중 갈등 속 국제 정서 변화 뚜렷
[정부에 바란다] 뉴질랜드의 용기, 한국의 수출 다각화 방향성에 빛나는 지침
[정부에 바란다] 높아지는 러시아산 석탄 의존도...정부 대응 시급하다
[정부에 바란다] 서비스 수출 확대 전략, 미흡한 부분들과 개선 방안은?
[정부에 바란다] 재생에너지 강화·산업 다변화로 무역적자 벗어나자
[정부에 바란다] 반도체 무역 위기 극복...공급망 다변화 서둘러야
구제금융에도 웃지 못하는 이집트 "개혁 없이는 경제 회복 요원"
중동 물류 중심지 노리는 사우디 "물류단지 59개 건설"
인도, ‘메이크 인 인디아’로 전자제품 수출 강국 노린다
[기획-무역FOCUS] 중국 제조업, 5월 회복세 유지했으나 불확실성 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