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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의류업계 자립 몸부림 "중국 영향력 벗어나야"

이찬건 2022-09-27 00:00:00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중국산 섬유에 의존해온 남아공 의류업계가 자립에 나섰다. 중국산 섬유의 수입을 줄이는 한편 자체 생산업체와 소매업체들이 연대함으로써 '의류 공급망 자립'에 나선다는 취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1990년대 이전만 해도 아프리카의 주요 섬유 생산기지였다. 그러나 저렴한 중국 수입으로 인해 몇 년 동안 황폐화됐다. 소매업자들이 더 싼 비용으로 중국에서 직수입을 시작하자 현지 생산 수요를 줄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아공의 면화 산업은 2000년대 이후 값싼 중국산 수입품에 의해 사실상 종말 수순을 밟았다. 1991년까지 년간 8만 톤에 달하던 남아공 면화 생산은 2012년에는 생산량이 90% 이상 감소했다. 오늘날 남아프리카 소매업자들이 구매하는 섬유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으며, 이 중 60%는 중국에서 수입된다.

섬유산업이 무너지면서 실업문제 또한 가중됐다. 남아공의 많은 저고용 노동력 공급에도 불구하고, 중국 상품의 물결은 수 많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잃게 만들었다. 오늘 날 35.3%에 달하는 남아공의 실업률 중 일부는 섬유업계의 붕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현재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남아프리카의 의류업계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프라이스씨, 트루워스씨, 포스치니씨와 같은 주요 패션 소매업체들은 남아프리카의 농부들과 제조사 모두에게 큰 힘을 실어줄 현지 조달 위주의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남아공 최대 의류 소매업체 픽앤페이의 의류 부문 총괄 매니저 헤이즐 필레이는 "최근 남아공 의류업계는 국내 섬유를 활용한 의류 생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현지에서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고객이 요구하는 것에 실제로 더 효율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또 남아공 패션계에서 옷에 자국 국기를 그려넣는 것이 유행하는 등 남아공 국민의 애국심에 대한 관심사가 커지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헤이즐 필레이는 "최근 남아공 거리에는 국기가 그려진 옷을 입은 사람들이 넘친다. 고객의 소구에 맞추는 소매업체의 성향 상 이런 움직임에 대응하려는 업체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노력에 정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남아공 정부는 의류의 자체생산을 통해 물가 개선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노리고 있다. 남아공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생산 의류의 60%를 현지 조달을 통해 공급/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이를 통해 약 12만 개에 달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구체적인 재원 마련이다. 남아공 정부 관계자는 현지 인터뷰에서 "섬유업계에 드리워진 (중국의) 영향력을 걷어내고 국내 생산/유통망을 확립하는 것은 적어도 수 십 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야심찬 사업이 될 것"이라며 "문제는 투자인데, 상대적으로 아프리카 대륙 투자에 망설임을 갖는 해외 투자처들을 어떻게 설득해야할 지가 성패를 가늠할 중요한 이슈가 될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이에 헤이즐 필레이는 "구체적인 지표와 계획을 통해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남아공 정부 및 산업계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일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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