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중국 무역수지가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반도체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대만은 흑자를 유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에 마찬가지로 반도체 수출에 주력하는 우리도 대만의 강점에 대한 분석 및 벤치마킹을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디스플레이, 석유제품,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의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리튬이온배터리 및 원료, LCD 등 중간재를 중심으로 수입이 큰 폭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대중국 무역수지는 올해 1∼8월 누계 기준으로 32억 달러의 흑자를 나타내고 있지만, 흑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8% 감소했다.
반면 대만의 경우, 시스템 반도체 위주의 수출 호조 덕분에 견조한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1∼8월 반도체가 대중국 수출의 51.8%를 차지하며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 수출이 고른 호조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대만의 대중국 반도체 무역수지는 223억 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1.7% 증가했다.
중국의 경우 올해 들어 자급률 상승과 수출 호조, 수입 둔화에 힘입어 미국·독일에 대해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무역적자 폭을 크게 줄였지만, 대만에 대한 무역적자 규모는 큰 변동 없이 지속되고 있다.
대만의 대중국 수출에서 반도체 등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83.4%에 달하며, 중국은 전자 및 기계제품 등 중간재를 대만에 크게 의존해 양국 경제구조는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대만의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는 대만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파운드리 기술력 및 위탁수요 증가와 함께 시스템반도체 위주의 대중국 수출 덕분이라는 분석이 제시되었다.
한국이 독점적 시장점을 가진 메모리 반도체는 글로벌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 반면, 대만이 강점을 가진 시스템 반도체는 다양한 제품을 주문생산 위주로 경기에 대한 방어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대만 정부는 중국에 진출한 대만 기업과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며, 대기업 및 핵심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러한 점이 대만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생산 전 범위에 걸쳐 튼튼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어 미·중간 패권다툼 속에서 수출과 무역수지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안보 측면에서도 국익을 지키는 전략적 무기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로선 메모리 반도체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시스템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경쟁력을 높여가는 등 균형잡힌 반도체 산업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며 "중국과의 분업체제 내에서 기술력이 관건인 만큼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생산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정부 R&D 지원체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과 대만은 각각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산업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으나, 무역수지와 산업 경쟁력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두 나라 모두 각각의 산업 강점을 더욱 발전시키고 협력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양국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더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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