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수출대금 중 원화로 받는 비중이 5년 연속 하락했다고 한국은행이 발표했다. 이에 국제 결제 통화로서 원화의 역할이 약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발표된 한국은행의 '2022년 결제통화별 수출입(확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수출 결제대금 중 원화 비중은 2.3%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하락하였으며, 이는 5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한국의 수출 대들보 역할을 하는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 부진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중심으로 대중국 수출이 부진하면서 원화결제 수출이 감소한 영향으로 원화결제 수출 비중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출은 70.8% 급감했다.
원화결제 수출 비중의 하락세는 미국이 이란제재를 재개한 2018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을 포함한 대중동 수출에서 원화결제가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국 수출 부진까지 겹쳐 올해까지 5년째 하락세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지난해 한국의 수입에서 원화결제 비중은 6.1%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하락하였다. 승용차 수입이 15% 가까이 증가하며 원화결제 수입은 10% 증가했으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체 수입 증가율(18.9%)에 못 미쳐 원화결제 수입 비중이 하락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미 달러화 수입결제 비중은 82.8%로 2.7%포인트 상승하였다. 이는 주로 미 달러화로 결제되는 에너지류의 수입이 크게 확대되면서 달러화결제 수입이 20% 이상 증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한국의 수입대금에서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4.8%로 1.1%포인트 하락하였고, 엔화 비중은 3.9%로 1.3% 내렸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 결제 통화로서의 각 통화의 역할 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지난 1년간 수출대금으로 사용된 통화는 미 달러화(85%), 유로화(5.8%), 엔화(2.3%), 원화(2.3%), 위안화(1.6%) 등 5개 통화가 전체 결제비중의 97.1%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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