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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원두 비축량 급감...인스턴트커피도 오르나?

이찬건 2022-09-23 00:00:00

베트남 커피, 출처=픽사베이
베트남 커피, 출처=픽사베이

베트남 로부스타 원두의 비축량이 줄어들면서 원두커피에 이어 인스턴트커피의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최대 로부스타 공급지이자 두 번째 규모의 커피 생산국 베트남의 올 9월 원두 비축량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예측됐다.

시티그룹(Citigroup Inc.)도 올해와 내년 베트남 커피 생산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이달 초 발표된 시티그룹 보고서에서는 “이 같은 현상은 향후 재배 시즌 전망에 상당한 위험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실리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0월 1일 기준 이월된 재고량은 20만 톤으로 추산되는 데, 이는 1년 전 40만 톤에 비해 절반에 불과하다. 전체 생산량도 줄어서, 2022~2023년 생산량은 전년보다 6%가 줄어든 172만 톤에 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원두 수출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베트남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원두 수출이 17% 상승한 113만 톤을 기록하면서 베트남 내에서의 원두 이용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컨테이너와 선박 공급 개선으로 수출이 탄력받고 있지만, 비축량 감소를 고려했을 때 이 같은 수출을 지속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로부스타, 출처=픽사베이
로부스타, 출처=픽사베이

상황이 이렇게 되자 베트남 현지에서는 내수용 로부스타 가격까지 줄줄이 오르고 있다. 베트남 커피 수확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는 닥락에서는 지난주 원두 가격이 1kg당 2.10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빈즈엉 지역 남부에 위치한 꾸앙민 커피 트레이딩 JSC(Quang Minh Coffee Trading JSC)의 판훙안(Phan Hung Anh) 대표는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커피 물량 부족 사태에 대한 우려가 퍼지고 있다”며 “지역 재배업자들은 연간 수확량 중 단 2% 정도만을 재고로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년 보유량인 13%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양”이라고 말했다.

로부스타는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품종으로 전 세계 커피 공급의 40%를 차지한다. 재배 및 수확에 따른 비용이 저렴하고 기후변화에도 강해 네슬레와 같은 대규모 인스턴트커피 제조업체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 주요 생산국들이 각종 재해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수요 증가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글로벌 로부스타 비축량의 감소 추세가 몇 년 째 이어지는 점도 인스턴트커피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로부스타 원두는 10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 7월 중순에는 17%나 인상됐다.

최근 전 세계 커피 시장은 물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최대의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은 최근 가뭄과 서리로 인해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콜롬비아도 폭우에서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또 온두라스, 과테말라 및 니카라과도 2021~2022년 수확량 중 공급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코스타리카의 다음 수확 작물도 스트레스 징후를 보이고 있으며, 우간다에서는 가뭄으로 인해 수확량이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커피 작황 부진이 만성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호주기후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2050년 커피 재배 면적이 절반 가량 사라지고, 2080년 야생 커피가 멸종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큐 왕립식물원 연구팀도 2038년 커피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란 어두운 관측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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