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주목받으면서, 새삼 복수국간 무역협정(Plurilateral trade agreement)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블록경제가 심화하는 최근 국제통상에서 과연 복수국간 무역협정의 의미는 무엇이며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복수국간 무역협정이란
복수국간 무역협정은 더 큰 무역블록 또는 지역 내의 일부 국가를 포함하는 무역협정이다. 무역블록이나 지역의 모든 회원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무역협정과 달리, 복수국간 무역협정은 제한된 수의 국가만 참여한다.
복수국간 무역협정의 한 예로 지난해 미국 주도로 창설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있다. 전 세계 GDP의 약 40%,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경제협의체로, 미국을 중심으로 브루나이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7개국과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모두 14개국이 IPEF에 참여의사를 밝힌 상태다.
또 다른 예로는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등 12개국이 협상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있다. TPP는 무역장벽을 줄이고 회원국 간 경제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그러나 TPP는 미국 내에서 상당한 반대에 부딪혔고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했다.
TPP 참여국 중심으로 이뤄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도 있는데, 이 협정은 TPP에 참여한 12개국이 협상한 것이다. CPTPP는 관세 인하와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시장 접근성 증가를 포함하여 TPP와 동일한 많은 조항을 포함한다. 다만 CPTPP에는 2017년 TPP 협상에서 탈퇴한 미국이 포함되지 않는다.
TPP와 CPTPP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여러 개의 복수국간 무역협정이 있다. 유럽연합, 미국, 중국 등 17개국이 협상한 환경용품협정(EGA)이 대표적이다. EGA는 태양 전지판, 풍력 터빈, 수처리 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환경 제품에 대한 관세를 줄이기 위해 고안되었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23개국이 협상한 서비스무역협정(TiSA)도 복수국간 무역협정의 사례다. TiSA는 은행, 통신 및 의료와 같은 서비스의 무역장벽을 줄이기 위해 설계되었다.
협정에도 승자와 패자가 있다
복수국간 무역협정은 회원국들에게 몇 가지 잠재적 이익을 제공한다. 제한된 수의 국가가 참여함으로써, 이러한 협정은 다양한 이해관계와 우선순위를 가진 더 많은 수의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간 무역협정보다 협상과 이행이 더 쉬울 수 있다.
복수국간 무역협정은 다자간 협정보다 유연성이 높아 회원국들이 각자의 구체적인 요구와 우선순위에 맞춘 조항을 협상할 수 있다. 그러나 복수국간 무역협정과 관련된 도전도 있다. 한 가지 과제는 이러한 협정의 이점을 회원국 간에 공유하는 것이다. 따라서 회원국 간에 승자와 패자를 만들 수 있으며, 이러한 협정의 혜택이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른 과제는 복수국간 무역협정이 기존 다자간 무역 규칙과 일치하고 더 광범위한 글로벌 무역 시스템을 훼손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복수국간 무역협정은 세계 무역 시스템에 분열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러한 협정의 회원국이 아닌 국가에 도전을 야기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복수국간 무역협정은 세계무역체제에 있어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협정은 더 쉬운 협상과 더 큰 유연성을 포함한 몇 가지 잠재적 이익을 제공하지만, 이익의 공평한 분배를 보장하고 기존 다자간 무역규칙과의 일관성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고려할 부분이 많다는 것은 과제로 손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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