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 물결이 최대 규모 무역 파트너인 동남아에 밀어닥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역 경제계가 바짝 긴장한 가운데 그 여파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의 동남아지역 전문 경제기자 타마라 헨더슨(Tamara Henderson)은 “EU의 불경기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상품 수출, 관광업 및 투자 부분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며 “특히 2022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그 악영향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유럽연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경제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EU 대다수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에너지 위기는 이미 가계와 기업에 청구되는 요금 고지서로 확인되고 있다.
JP모건 체이스는 유럽 경제가 올해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4분기 동안 유로존 경제가 2% 가량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EU를 최대 경제 교역 파트너로 삼고 있는 동남아지역(ASEAN)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실제로 아세안 국가는 2021년 한 해 EU에 약 1,360억 유로 규모의 상품을 수출했다. 또한 아세안에서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EU 국가는 지난해 동남아지역에서 내부 투자의 약 15%를 차지했다.
생산 관련 산업뿐 아니라 관광에 대한 악영향도 우려된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동남아지역을 방문한 유럽인은 모든 관광객의 약 5%를 차지했다. 지출 규모에서도 유럽 관광객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나 중국에서 온 관광객보다 더 컸다.
아세안지역 경제 보고서도 입을 모아 위기를 경고했다. 올해 3월 초, 말레이시아의 메이뱅크(Maybank)는 유럽 전역의 불황으로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동남아에도 부수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IMF 아세안지역 보고서도 이미 2022년 글로벌 GDP 성장을 3.6%에서 3.2%로 낮췄으며 2023년에는 2.9%로 전망했다. 지난 7월,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를 포함하는 개발도상국 성장 전망을 2022년 5.2%에서 4.6%로, 2023년 5.3%에서 5.2%로 수정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EU 불황으로 인해 동남아시아 경제가 미칠 악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U의 침체 여파로 고통이 뒤따르겠지만 치명적이진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미국 컨설팅회사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Pantheon Macroeconomics)의 미구엘 찬코(Miguel Chanco) 아시아 최고 경제분석가는 “EU의 불황은 확실히 동남아지역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면서도 “전체적인 수출 성장 측면을 고려했을 때 반등의 여지가 충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여러 애널리스트들도 EU 불황이 지역 경제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근거로 제기된 것은 EU로부터의 수입 규모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EU에서의 수입 의존도가 낮다. 지난해 ASEAN 전체 지역에서 EU 수입 규모는 800억 유로에 불과했으며, 이는 중국이 EU에서 수입하는 규모의 20%에도 미치지 않는다.
한편,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는 유럽연합의 침체를 경제성장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찬코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올겨울 팜유 세계 최대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에너지 수출에서 최고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 측면에서도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 베트남 비즈니스 자문기업인 데잔시라 앤 어소시에이츠(Dezan Shira & Associates)의 필리포 보르톨레티(Filippo Bortoletti) 이사는 “유럽 브랜드들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에 투자함으로써 새 삶과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며 “EU 경기침체로 인해 EU의 더 많은 기업들이 동남아시아에의 투자 및 이전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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