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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 美 원조 조건에 반발…핵심광물 갈등 부상

이찬건 2026-05-08 04:08:27

잠비아, 美 원조 조건에 반발…핵심광물 갈등 부상

잠비아와 미국의 보건지원 협상 갈등이 아프리카 핵심광물 경쟁의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 잠비아 정부는 미국이 최대 20억달러 규모의 보건지원 패키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구리·코발트 등 핵심광물 접근권과 보건 데이터 공유 문제를 사실상 연계하려 했다고 반발했다. 미국 측은 이를 부인했지만, 이번 사안은 보건 원조, 데이터 주권, 핵심광물 확보 경쟁이 한꺼번에 얽힌 통상·외교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쟁점의 출발점은 보건지원 협상이다. 미국은 HIV, 말라리아, 모자보건, 감염병 대응 등을 포함한 대규모 보건지원 패키지를 잠비아와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잠비아는 협상 과정에서 민감한 보건 데이터 공유 요구와 함께 광물 분야에서 미국 기업을 우대하는 조건이 거론됐다고 주장했다. 잠비아 정부는 국민 보건과 직결된 지원을 광물 접근권과 연결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이 같은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주잠비아 미국대사관 측은 보건지원과 광물 접근권이 연계됐다는 잠비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오히려 잠비아 정부가 보건협정 체결에 충분히 응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협상은 지연되고 있고, 보건지원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잠비아, 美 원조 조건에 반발…핵심광물 갈등 부상

광물이 쟁점으로 떠오른 배경에는 잠비아의 전략적 가치가 있다. 잠비아는 아프리카 대표 구리 생산국이자 코발트 공급망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 전기차, 배터리, 전력망,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구리와 코발트 수요가 커지면서 미국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체 공급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이 이미 아프리카 광물 개발과 가공망에서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잠비아는 미·중 공급망 경쟁의 핵심 협상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원조 갈등을 넘어 데이터 주권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보건 데이터는 감염병 대응과 보건정책 수립에 필요한 자산이지만, 개인 정보와 국가 주권이 걸린 민감한 영역이다. 잠비아 정부는 외국 정부나 기관이 자국민의 보건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요구하는 데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향후 아프리카 국가들이 보건·개발 원조를 받을 때 데이터 제공 조건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와도 연결된다.

잠비아 통상정책연구원의 치푸마 반다 선임연구원은 “이번 사안은 단순한 보건지원 갈등이 아니라 아프리카 핵심광물이 외교·통상 협상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원조가 개발협력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광물 접근권, 데이터 제공, 시장 개방이 결합된 거래형 협상으로 바뀌고 있다”며 “잠비아 입장에서는 보건지원의 필요성과 핵심광물 주권을 분리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보건지원 지연은 물론, 미국의 대아프리카 광물 공급망 전략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잠비아, 美 원조 조건에 반발…핵심광물 갈등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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