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특수로 촉발된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이 글로벌 PC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중고 노트북을 분해해 메모리칩만 재판매하는 이른바 ‘해체 비즈니스’까지 등장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램포칼립스(RAMpocalypse)’ 혹은 ‘램매게돈(RAMmageddon)’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수급 불균형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싱가포르 전자상가 심림스퀘어에서 중고 노트북을 매입·재판매해 온 한 상인(가명 제임스)은 2025년 말부터 사업 구조를 바꿨다. 기존에는 완제품을 국내외로 되팔았지만, 최근 고객들로부터 “노트북에 들어 있는 메모리칩만 따로 판매할 수 없느냐”는 요청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AI용 고사양 제품 집중…PC용 D램 공급 압박
최근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용 고사양 반도체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데이터센터 특화 제품 수요가 폭증하면서, 상대적으로 PC용 D램 공급은 위축된 상황이다.
이로 인해 PC용 랜덤액세스메모리(RAM) 가격은 최근 수개월 새 최대 4배까지 급등했다. 한 소매업자는 “개당 50달러에 공급받던 특정 D램 제품이 220달러까지 올랐다”며 “최근 가격 상승폭은 300~400% 수준”이라고 전했다.
제임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중고 노트북을 대량 매입해 매장에서 직접 분해하고 있다. 노트북 한 대당 8GB D램과 256GB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분리해 중국 바이어에게 프리미엄을 받고 판매한다. D램과 SSD를 제거한 본체는 인도네시아 업체에 할인 가격으로 넘긴다. 그는 “금이나 주식보다 수익성이 낫다”고 말했다.
“해체·재유통 시장, 수요 강도 방증”
싱가포르국립대 경영대학의 알렉스 카프리 선임강사는 “노트북을 분해해 칩을 추출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며 “그럼에도 이런 사업이 성행한다는 것은 해당 부품 수요가 매우 강하고 가격도 높게 형성돼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데이터센터용으로 재활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칩 워(Chip War)』의 저자인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는 “데이터센터는 고대역폭메모리 등 특수 메모리를 사용하며, 이는 일반 PC에 장착되지 않는다”며 “노트북에서 추출한 D램은 재판매하거나 유사 기기에 재장착하는 용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AI 노트북 교체 수요…미국발 중고 물량 아시아로
AI 기능을 탑재한 신규 PC 수요 확대도 중고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에서 AI 대응 신형 기기로의 교체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존 기기들이 아시아로 유입되고 있다.
전자유통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AI 도입에서 앞서가면서 구형 기기 방출 속도도 빠르다”며 “AI 칩이 탑재된 PC가 싱가포르를 거쳐 인도네시아·인도·스리랑카 등으로 재수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제품 재수출 30% 급증…싱가포르 허브 역할 부각
이 같은 재판매·재수출 확대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싱가포르의 전자제품 비석유 재수출(NORX)은 2025년 전년 대비 29.6% 증가했다. 지난1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69.4% 급증했다.
엔터프라이즈 싱가포르는 “AI 관련 수요 증가와 기업들의 AI 대응형 PC 교체 수요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OCBC은행의 셀리나 링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싱가포르는 대규모 조립기지는 아니지만, 전자제품 재유통 허브로서 NORX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 부담 가중…글로벌 PC 출하 감소 전망
공급난의 수혜는 일부 유통상에 국한되고, 소비자 부담은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규 노트북·데스크톱 가격은 평균 50~100% 상승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데이비드 나란호 부디렉터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서비스 사업자와 소비자 수요를 압박하면서 올해 글로벌 PC 출하량이 5~8%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5년 글로벌 PC 출하량이 9% 증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AI가 반도체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부상한 반면, 전통 PC 시장은 비용 부담과 수요 위축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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