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이 튀르키예의 중기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거시경제 안정화 프로그램이 성장과 물가안정 간 균형을 모색하는 가운데, 2025년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타난 점을 반영한 조치다.
EBRD는 발표한 지역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튀르키예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26년 4.0%, 2027년 4.5%로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3.5%)보다 개선된 수치다.
성장·물가 안정 ‘투트랙’…2027년 4.5%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튀르키예 경제는 2024년 3.3% 성장에서 2025년 3.7%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시장 변동성과 긴축적 재정·통화정책 기조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산업 부문에서 예상치를 웃도는 성과를 거둔 데 따른 것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순수출 감소를 상쇄했다. 생산 측면에서는 농업 부진이 이어졌지만,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여타 부문이 이를 보완했다는 평가다.
외환보유액 2000억달러 돌파…신뢰 회복 신호
2025년 하반기 들어 금융 여건은 점차 안정되고 투자자 신뢰도도 회복세를 보였다.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축소되고 국제 자본시장 접근성이 개선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총외환보유액은 사상 처음으로 2000억달러를 상회했다.
거시지표 개선 흐름도 이어졌다. 계절조정 실업률은 2024년 말 8.6%에서 2025년 말 7.7%로 하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4년 5월 75.5%로 정점을 찍은 뒤 2025년 12월 30.9%까지 둔화됐다. EBRD는 이를 긴축적 통화정책 효과로 분석했다.
EBRD 투자 지역 전체의 평균 성장률도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5년 평균 3.4% 성장이 예상되며, 2026년 3.6%, 2027년 3.7%로 점진적 개선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무역 갈등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견조한 내수와 글로벌 공급망의 빠른 재편이 경제활동을 지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美 관세 영향 ‘제한적’…AI 수요는 기회 요인
한편 EBRD는 2009년 이후 튀르키예에 총 230억유로(약 271억달러) 이상을 투자해온 주요 투자기관으로, 투자 대부분은 민간 부문에 집중돼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에 대해서는 예상보다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상당 부분을 무효화했으나, 이후 10%의 신규 관세가 부과됐고 향후 15%까지 인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베아타 야보르치크 EBRD 수석이코노미스트는 “EBRD 운영 국가들에 대한 미국 관세의 경제적 영향은 당초 우려보다 훨씬 낮았다”고 밝혔다. 다만 “2025년 수출 물량 상당수가 관세 발효 이전에 미국 시장에 도달한 만큼, 아직 관세의 전면적 영향이 반영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부 국가는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 적용 시 수혜 가능성도 거론된다. 세르비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몰도바, 튀니지 등이 잠재적 수혜국으로 지목됐다.
또한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미국의 기술 관련 수입 증가도 주목할 변수로 제시됐다. 반도체 등 기술재 수요 확대는 중부유럽과 발트 3국,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관련 제품 수출국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BRD는 1991년 구소련권 국가들의 시장경제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현재는 중동·북아프리카 및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일부 지역까지 투자 범위를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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