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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ASEAN 트레이드] 베트남 FIE 수출 22.8% ‘폭등’…전자·기계 호조에 10개월 만에 2,956억 달러 돌파

이한재 2025-12-09 02:10:54

전자·기계 수출이 성장 견인
국내기업만 역성장 지속
무역흑자·교역액 모두 확대
내수 부진이 구조 전환 걸림돌
[기획-ASEAN 트레이드] 베트남 FIE 수출 22.8% ‘폭등’…전자·기계 호조에 10개월 만에 2,956억 달러 돌파
모레타

베트남 외국인투자기업(FIE)의 수출이 올해 들어 가파르게 증가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갈등 여파에도 불구하고, 전자·기계 분야를 중심으로 외투기업의 수출이 예상 밖의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전체 무역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 관세청에 따르면 2025년 1~10월 FIE 수출은 전년 대비 22.8% 증가한 2,956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FIE 교역 규모는 5,501억 달러로 25% 늘어, 국내기업(1.4% 증가)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전자·기계·휴대폰이 ‘3대 축’…주력 6개 품목만 2,250억 달러

FIE 수출 증가세는 특정 산업에 집중됐다. 컴퓨터·전자제품·부품 수출이 841억 달러, 휴대폰·부품은 485억 달러, 기계·장비·부품은 437억 달러로 집계됐다.

섬유(204억 달러), 신발(161억 달러), 운송수단 및 부품(118억 달러)을 포함해 6대 품목 수출만 2,25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주요 수출 시장은 미국·유럽연합(EU)·일본·한국·ASEAN으로 나타났다.

수입도 빠르게 늘어 같은 기간 FIE 수입은 2,544억 달러(27.6% 증가)를 기록했다. 전자·기계 생산 확대에 따른 원부자재 수요 증가가 배경으로 꼽힌다.

[기획-ASEAN 트레이드] 베트남 FIE 수출 22.8% ‘폭등’…전자·기계 호조에 10개월 만에 2,956억 달러 돌파
베트남 소유별 무역 규모(2025년 1~10월)

국내기업은 수출 역성장…“산업 구조적 격차 고착화”

반면 베트남 내수기업의 수출은 953억 달러로 0.4% 감소했다. 수입은 2.8% 늘어 1,170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유럽 수요가 전반적으로 개선됐음에도 내수기업은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했고, 외투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가 더 고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역 전문가들은 “베트남 제조업 생태계가 여전히 FDI(외국인직접투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라며 “전자·기계 등 글로벌 대기업 공급망이 베트남 생산을 확대하면서 FIE 수출은 크게 뛰지만, 국내 산업의 자체 경쟁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수출이 성장의 유일한 버팀목”…올해 교역액 9,000억 달러도 가시권

베트남 산업무역부 무역진흥국장 부 바 푸(Vu Ba Phu)는 “전자·기계·섬유 등 핵심 수출군이 꾸준히 호조를 보이며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무역흑자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역흑자는 약 200억 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총 교역액은 이미 8,000억 달러를 넘어섰다”며 “연간 9,000억 달러 돌파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기획-ASEAN 트레이드] 베트남 FIE 수출 22.8% ‘폭등’…전자·기계 호조에 10개월 만에 2,956억 달러 돌파
베트남 FIE 주요 품목별 수출액(2025년 1~10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혜…그러나 ‘낙수효과’는 제한적

FIE 수출 확대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전자부품 수요 증가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반도체·전자기기 가격 상승으로 대형 글로벌 기업이 생산거점을 베트남으로 집중시키면서 수출 물량이 빠르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를 국내기업 성장으로 연결시키기엔 한계가 있다.

베트남 제조업의 중간재 국산화율은 낮고, 고부가가치 산업은 여전히 외국계 기업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외투기업의 조립·가공 중심 수출이 늘어날수록 수입도 함께 커지는 구조적 특징이 있다”며 “고부가가치 부품·소재 산업을 육성하지 않는 이상 FIE 의존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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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A CGM

정책 시그널은 ‘내수 확대’…그러나 부동산 침체가 발목

베트남 정부는 최근 내수 활성화를 핵심 정책으로 제시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소비·투자가 동반 부진하고, 제조업 생산의 국내 흡수력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구조 전환이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외부 변수에 대한 취약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11월 들어 제조업의 신규 수출 주문은 전달보다 개선됐으나 여전히 기준선 아래다. 제조업 PMI 역시 위축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외투기업 중심의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체감경기가 회복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경제 분석가들은 “베트남 수출이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받고 있으나, 장기 성장에는 산업 고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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