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홍수 통제 사업 비리 논란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식은 필리핀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일제히 낮췄다.
OECD가 발표한 ‘경제전망(Economic Outlook)’에 따르면, 필리핀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4.7%, 내년 5.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 전망치(각각 5.6%, 6%)보다 크게 낮아진 수준이자, 필리핀 정부 목표치(올해 5.5~6.5%, 내년 6~7%)에도 못 미친다.
2027년 성장률도 5.8%로 제시돼 정부가 제시한 6~7% 목표에 미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민간소비는 견조…공공 인프라 사업 지연이 투자 급랭 초래”
OECD는 “견조한 노동시장과 안정된 물가가 민간소비를 지지하고 있으나, 공공사업 부패 스캔들로 기반시설 집행이 지연되며 투자가 눈에 띄게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필리핀 경제는 1분기 5.4%, 2분기 5.5% 성장했지만, 3분기에는 4%로 둔화돼 4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홍수 통제 사업 부패 문제로 공공건설이 크게 줄어든데다, 이로 인해 소비·투자심리까지 악화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1%대 유지… “금리 추가 인하 가능”
OECD는 향후 성장 동력으로 △가계소비 회복 △노동시장 개선 △완화된 물가 흐름 △금융여건 개선 등을 꼽았다.
필리핀의 10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1.7%로 전월과 동일했으며, 연초~10월 평균 역시 1.7%로 정부 목표 범위(2~4%)를 밑돌고 있다.
OECD는 “유가·식품 가격 안정 효과가 서서히 사라지고 국내 수요가 회복되면 2025년 1.6%까지 떨어진 뒤 점진적으로 중앙은행 목표 중간값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완화된 물가 흐름을 근거로, OECD는 정책금리가 2026년 4.25%까지 낮아질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완화 기조로 전환하여 기준금리를 6.5%에서 현재 4.75%까지 인하한 바 있다.
“수출 둔화 리스크 여전… 반면 규제 개혁은 투자 유입에 긍정적”
OECD는 투자 회복세가 금리 하락과 공공투자 재개로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글로벌 경기 둔화와 외부 불확실성으로 수출 모멘텀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부패 통제 강화에 따른 공공투자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성장 위험은 하방으로 기울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조치는 투자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에너지·통신·교통 등 주요 인프라 산업에서 규제 단순화와 제도 정비를 추진할 경우 “진입장벽을 낮추고 민간 투자를 유인하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한 임금 외 비용 부담을 줄이고 노동 규제를 유연화하는 노동시장 개혁도 생산성과 고용 안정에 긍정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아르세니오 발리사칸 필리핀 국가경제계획개발부(DEPDev) 장관은 이번 주 초 “세계 경기 불확실성, 재난, 거버넌스 문제 등을 고려하면 올해 성장 목표 달성은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경제 진단과 정책 대안을 담은 ‘집행 보고서(executive report)’를 마련해 성장세 유지를 위한 대응책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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