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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글로벌푸드체인] 태국 300만t 쌀 매입 계획에 ‘과거 악몽’ 재현 우려… “수출 경쟁력 흔들린다”

이한재 2025-11-28 01:29:15

정부 매입가 상승 시 시장 왜곡·수출 경쟁력 저하 우려
정미소 수익성 약화…재고 증가 가능성 지적
생산 확대와 맞물려 공급 과잉 위험 고조
“저당제도 반복될 수도”
[기획-글로벌푸드체인] 태국 300만t 쌀 매입 계획에 ‘과거 악몽’ 재현 우려… “수출 경쟁력 흔들린다”
IRRI

태국 정부가 2025/26 시즌을 대비해 300만t 규모의 쌀 매입(흡수) 계획을 추진하자, 현지 전문가들이 과거 쌀 저당제도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가격 왜곡과 비효율, 부패 가능성에 더해 수출 경쟁력까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태국개발연구원(TDRI)의 니폰 포아퐁사콘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민간 매입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시장 가격이 왜곡돼 태국산 쌀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정책이 과거 쌀 저당제도처럼 구조적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간보다 비싸게 사면 경쟁력 붕괴… 기존 수출계약도 흔들릴 것”

니폰 연구원은 정부 매입가가 상승하면 민간 바이어들이 가격 경쟁에서 밀려 수출 물량 조달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베트남·인도·파키스탄 등 주요 경쟁국과의 수출 경쟁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릴 경우 기존의 장기 수출계약이 위협받고, 해외 바이어들이 다른 공급국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기획-글로벌푸드체인] 태국 300만t 쌀 매입 계획에 ‘과거 악몽’ 재현 우려… “수출 경쟁력 흔들린다”
태국 쌀 생산량과 평년 대비 추이

“과잉 재고 위험… 제분소도 수익성 떨어져 매입 기피”

그는 또 정부 매입으로 가격이 인위적으로 높아지면 제분소(정미소)가 채산성을 이유로 매입을 꺼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제도 아래 정미소는 톤당 200바트만 지급받는데, 이는 과거 저당제도의 500~550바트보다 훨씬 낮아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정부 보유 재고만 늘어나고, 시장에서 팔리지 못한 쌀이 쌓이면서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기획-글로벌푸드체인] 태국 300만t 쌀 매입 계획에 ‘과거 악몽’ 재현 우려… “수출 경쟁력 흔들린다”
지원 제도별 정미소 수수료 비교

생산 증가와 맞물려 공급 폭증… “흰쌀·프래그런트 라이스 경쟁 심화”

300만t 매입 계획은 이미 공급 과잉이 예상되는 내년 생산량 증가와도 충돌한다.

태국의 2025/26 시즌 쌀 생산량은 3544만t으로, 평년 수준인 3200만t을 크게 웃돌 전망이다. 국내 소비는 큰 변동이 없기 때문에 초과 물량이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흰쌀(white rice)과 프래그런트 라이스 계열은 인도·베트남 등 주요 수출국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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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기능에 맡겨야… 잘못 설계하면 산업 전체에 장기적 타격”

니폰 연구원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시장 수급을 왜곡해 “다른 수요자들이 정상 가격으로 쌀을 확보하기 어렵게 되고, 결국 팔리지 않는 재고만 쌓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이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으면 과거 저당제도의 실패를 반복할 것”이라며 “태국 쌀 산업 전반에 장기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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