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의 수출 통계를 놓고 수출촉진국(EPB)과 방글라데시 중앙은행(BB) 간의 수치 불일치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양 기관이 공동으로 통계 정합성 작업에 착수했지만,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3~24 회계연도(FY)에는 EPB와 BB 간 수출 실적 차이가 36억 6,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를 계기로 중앙은행은 올해 회계연도(FY25) 초반 계산 방식에 일부 수정을 가했고, EPB는 수출 통계 발표를 한동안 중단했다.
그러나 최근 양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FY25의 첫 11개월 동안 양 기관 간 수출 통계 격차는 40억 달러로 오히려 증가했다. 수년간 반복된 이같은 불일치는 경제학자와 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 조사의 필요성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고 있다.
12년째 이어진 수치 불일치… EPB, 세 달간 발표 중단
앞서 2024년 중반, EPB는 수출 수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세 달간 통계 발표를 유보하며 문제의 원인을 찾겠다고 밝혔다. 당시 확인된 바에 따르면, 두 기관의 수출 집계 방식 차이로 인한 격차는 최소 12년간 이어져왔으며, 2022~23 회계연도에는 그 규모가 120억 달러를 넘기도 했다.
중앙은행은 2023년 7월 국제수지(Balance of Payments) 데이터를 정정하면서 관련 내용을 처음 공개했다. 당시 수정된 수치를 통해 중복 기재 항목이 전체 데이터의 20%를 차지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전월 14%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EPB는 수출 통계 집계 시 국가수입위원회(NBR)와 중앙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수치를 정리한다. 통계 발표를 재개한 지난해 10월, EPB는 수입위원회로부터 전달받은 자료에 불일치 요인이 있었다고 설명하며, 앞으로는 이런 오류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무스타피주르 라흐만 방글라데시 정책대화센터(CPD) 선임연구원은 "수치 불일치의 핵심 원인은 통계 방식 차이에 있다"며 "중앙은행은 실제 외화 수취 기준으로, EPB는 선적 시점을 기준으로 수출을 집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할인, 주문 취소, 지연 입금 등으로 인해 최종 수출 수익이 달라질 수 있다"며 "40억 달러 격차는 결코 작지 않으며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방식 차이 해소 시급”
남아시아경제모델링네트워크(SANEM) 셀림 라이한 전무이사도 "두 기관은 수출 수치의 차이를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며 "가능한 한 오차를 줄이는 실질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BB 대변인 아리에프 호사인 칸은 EPB가 출하(선적) 기준으로 수치를 집계하는 반면, 중앙은행은 실제 외화 수취 실적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격차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EPB 정책·기획 책임자 아부 무클레스 알람기르 호사인은 중앙은행이 국제수지 집계 시 반영하지 않는 항목들을 지목했다.
그는 "EPZ(수출가공구역)에서 국내로 판매된 수출품이나 CMT(재단·봉제·마감) 비용은 BB 통계에서 제외되며, 이 부분이 통계 차이의 한 원인"이라고 밝혔다.
CMT, 무역중개, 시차, 샘플 등 복합적 변수 작용
CMT는 공장에서 수입자의 요구에 따라 원단을 재단하고 봉제한 뒤 마감 처리하는 전형적인 OEM 방식의 의류 생산 공정이다.
그는 또 BB가 집계에 포함시키는 항목으로 ▲ 제3국간 무역거래(merchanting), ▲ 항만에서 연료나 보급품을 구매한 수출 항목 등을 꼽았다. 이는 EPB가 포함하지 않는 항목으로, 두 기관 간 수치 차이를 확대시키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선적 시점과 실제 대금 수취 간 시차도 큰 변수로 작용한다. 호사인은 "샘플 발송 건 역시 NBR에 코드가 없어 수출로 잡히는 경우가 있는데, 관련 코드가 조만간 마련될 예정"이라며 제도적 개선이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기업들이 수출입 관련 서류를 전자적으로 제출하고 신속히 통관할 수 있는 시스템인 ‘방글라데시 싱글 윈도우(BSW)’가 전면 도입되면 수출 통계 격차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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