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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관세전쟁의 포화] 베트남 철강업계, 美 고율 관세 직격탄…수출길 막히나

이찬건 2025-02-13 11:08:31

대미 철강 수출 140% 증가, 새 관세에 제동
美 인플레·구매력 위축, 베트남 경제 직격탄
베트남 기업, 수출 시장 다변화로 대응
달러 강세·수입 비용 증가, 제조업 부담
[기획-관세전쟁의 포화] 베트남 철강업계, 美 고율 관세 직격탄…수출길 막히나
HMM

베트남 철강 업계가 미국의 철강 수입 관세 시행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관세 인상에 따른 간접적 영향이 철강뿐 아니라 베트남의 주요 수출품 전반에 파급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베트남, 8번째로 큰 철강 공급국…대미 수출 140% 증가

베트남은 캐나다·멕시코·브라질·한국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3월 4일부터 시행 예정인 새로운 무역 정책의 대상국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베트남은 알루미늄 및 철강 수입에 대해 고율 관세를 적용받을 예정이다.

베트남은 2024년 한 해 동안 11억 3,000만 달러 상당의 철강을 미국에 수출해 전년 대비 140% 증가하며 8번째로 큰 공급국으로 자리매김했다.

HSBC는 “이 같은 급격한 성장세에 철강 관세 도입은 상당한 악재가 될 것”이라며 관세 리스크가 가장 높은 아세안 국가로 베트남을 꼽았다.

[기획-관세전쟁의 포화] 베트남 철강업계, 美 고율 관세 직격탄…수출길 막히나
베트남의 대미 철강 수출 (2022-2024년)

대미 무역흑자 확대…美 구매력 약화·인플레 우려

베트남 세관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의 2024년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1,125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대미 수입은 24% 가까이 감소해 무역흑자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철강 관세가 불러올 구매력 약화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전·전자·자동차·가구·산업 기계 등 내구재 전반에 대한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나이티드 해외은행(UOB)은 “관세가 인플레를 0.4%p 끌어올려 미국 경제 성장률이 올해 1.8%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가 부활할 경우 성장은 1%로 더 낮아지고 인플레이션은 3.1%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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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대미 무역(2022-2024년)

베트남 기업, ‘글로벌 리스크’ 대응 박차

피치 레이팅스의 올루 소놀라 미국 경제연구 책임자는 “철강 관세는 내구재 소비를 특히 위축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베트남의 주요 수출품인 가구(90억 달러), 휴대폰(98억 달러), 기계·장비(220억 달러), 섬유·의류(160억 달러) 등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베트남 봉제업체 도니 가먼트의 팜 꽝 안 CEO는 “이번 관세는 10년간의 광범위한 불확실성 중 일부에 불과하다”며 신중한 확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니 가먼트는 시장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미국·유럽 등 주요 파트너 외에도 중동·러시아·아프리카 등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다. 안 CEO는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바꿔 미국 동맹국들도 무역 정책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어, 동맹국 중심 다변화만으론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기획-관세전쟁의 포화] 베트남 철강업계, 美 고율 관세 직격탄…수출길 막히나
HMM

달러 강세로 수입 부담…공급망 재편도 관건

관세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더 오래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UOB는 “미 달러가 베트남 동(VND)에 대해 최근 몇 주간 상승세”라며 “3분기에는 1달러당 2만6000동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HSBC는 “달러 강세가 수출 기업에는 이익이지만, 수입 비용 또한 늘어나 베트남의 수입집약적 제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석가들은 “미국이 더 광범위한 관세 인상으로 나설지, 공급망 재배치를 감수하고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이전을 결정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며 “동남아 기업들은 향후 무역 역학 변화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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