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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무역FOCUS] 독일, 경제성장 전망 대폭 하향…회복 더 늦춰진다

이찬건 2025-01-31 12:30:23

성장률 1.1%→0.3%…경기침체 장기화
연정 붕괴·총선 혼란…경제 불확실성 확대
기업들 "정부 오판"…투자 확대 촉구
트럼프 재선 가능성…무역 타격 우려
[기획-무역FOCUS] 독일, 경제성장 전망 대폭 하향…회복 더 늦춰진다
머스크

독일 정부가 다가오는 조기 총선을 앞두고 무역 긴장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경기 회복 시기가 또다시 늦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장률 전망 1.1%→0.3%로 급격히 하향

독일 정부가 발표한 연례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경제는 2025년에 0.3%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당초 예측치였던 1.1%에서 크게 낮아진 수치다. 독일 경제는 지난 2년 연속 위축을 겪은 뒤 올해도 회복에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할 전망이다.

이처럼 회복세가 지연되자 여당 연정은 지난 11월 내홍 끝에 붕괴됐고, 이에 따라 오는 2월 23일 조기 총선이 실시될 예정이다. 로버트 하벡 경제부 장관은 “독일은 현재 침체 상태”라며 “기대했던 성장이 다시금 미뤄지게 됐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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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경제 성장률 전망(2024~2026년)

연정 붕괴·대외 불확실성…“3대 요인 작용”

하벡 장관은 독일 경제 전망이 급격히 하향 조정된 배경으로 △연정 붕괴로 인한 성장 이니셔티브 실패 △조기 총선을 둘러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과 이에 따른 지정학적·무역적 위험을 꼽았다.

야당 기독민주연합(CDU)의 옌스 슈판 부의장은 하벡 장관을 향해 “경제 위기의 얼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마저도 최소한의 낙관적인 수치일 뿐”이라며 “다른 선진국이 경기 확장세를 이어가는 와중에 독일은 3년 연속 침체 위기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계 “정부, 위기의 심각성 오판”

주요 경제 단체들도 정부가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업계는 공동 성명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가 경기 침체를 “구조적 문제가 아닌 주기적 도전”으로 폄하했다고 비판하며, “중앙 개혁이 수년간 반복적으로 연기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날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는 수백 명의 가족 소유 기업 대표들이 세금 인하, 관료주의 축소, 저렴한 에너지 공급 등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가족 기업가 협회의 마리-크리스틴 오스터만 대표는 “독일이 운영하기에 경쟁력이 없는 나라가 되고 있어, 많은 기업이 투자를 줄이거나 중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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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수출 성장률 전망(2024-2025년)

공공 투자 부족·부채 제한…“경제성장 발목”

하벡 장관은 독일 경제가 부진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체계적 과소투자”를 꼽았다. 특히 국내총생산(GDP)의 0.35%로 공공 차입을 제한하는 독일의 부채 제동(schuldenbremse)이 투자 여력을 위축시킨다는 입장이다.

인플레이션은 2025년 2.2%까지 오르다가 2026년에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치인 2%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실업률은 지난해 6.0%에서 올해 6.3%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무역 우려 심화…“트럼프 재선시 추가 타격 가능성”

정부 보고서는 독일의 수출 부문이 경쟁력 약화와 무역 긴장 심화로 인해 2025년에 0.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산업연맹(BDI)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관세를 다시 높일 경우, 내년에 독일 수출이 0.5% 가까이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벡 장관은 “무역 장벽이 올라가면 투자 위축과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독일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큰 위협이 될 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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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EU 무역협정 가속화·미국과 협력 유지 강조

147페이지에 달하는 이번 보고서는 유럽연합(EU)이 새로운 무역 협정 체결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EU 집행위원회가 무역 정책을 주도하는 만큼, 추가 무역 협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독일과 미국 간 무역 협력을 유지하고 전략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하벡 장관은 “현 시점에서 양국의 긴밀한 교류가 글로벌 경기 침체 위험을 최소화할 열쇠”라고 덧붙였다.

한편, 독일은 2026년에 1.1% 성장률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연정 구성을 포함한 국내 정치 상황과 무역 긴장 완화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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