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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경제, 2년 연속 위축…러시아 가스 부족과 중국 산업 충격 여파

박문선 2025-01-24 11:32:01

독일 경제, 2년 연속 위축…러시아 가스 부족과 중국 산업 충격 여파
사진출처: Merco Press

독일 연방 통계청 데스타티스(Destatis)가 발표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독일 경제는 2024년 GDP가 0.2% 감소하며 2년 연속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에도 독일의 GDP는 0.3% 감소했으며, 이는 유럽 최대 경제 강국으로 평가받는 독일이 극심한 경제적 도전과 위기를 맞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제적 하락세는 독일 국민이 새 정부를 선출하기 위해 투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공개되며 정치적 논란으로도 번지고 있다.

데스타티스는 앞서 발표된 2024년 4분기 경제 데이터에서도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0.1% 감소했다고 밝혔으며, 이는 독일 경제가 회복보다는 둔화의 흐름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에너지 위기가 촉발한 경제 둔화

독일 경제가 연속적인 위축을 겪는 주요 원인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심화된 에너지 위기가 꼽힌다. 

독일은 과거 러시아산 저렴한 가스의 주요 고객으로, 산업 전반과 가정용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왔다. 그러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이 급감하면서 독일은 대체 에너지 공급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에너지 가격의 급등은 독일 국민의 생계비 위기를 심화시켰다. 식료품과 위생용품 같은 필수품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에너지 비용 증가는 가정과 기업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독일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대적으로 낮은 식료품 물가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 충격은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느껴지고 있다.

독일 수출 중심 경제의 타격

독일 경제는 수출 중심 모델에 크게 의존해왔으나, 글로벌 수요 감소와 중국산 전기차의 급성장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독일 자동차 산업은 그동안 유럽을 넘어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분야로 자리 잡아왔으나,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독일 시장에서 급격히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독일산 자동차 수요는 급감했다. 

특히, 중국 내 수출 감소는 독일 자동차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은 에너지 위기와 산업 경쟁력 저하라는 이중고 속에서 노후화된 인프라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에 직면해 있다. 

경제 회복과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재정 지출과, 독일이 전통적으로 고수해 온 균형 예산 정책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연립 붕괴와 정치적 혼란

독일 경제 위기는 정치적 혼란으로도 이어졌다. 2023년 11월,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가 부채 상한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붕괴되었다. 독일은 헌법에 의해 정부 부채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부채 상한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숄츠 총리는 경제 회복을 위해 더 많은 차입과 지출을 허용하려 했으며, 이에 대해 재무부 장관이자 자유민주당(FDP) 소속인 크리스티안 린드너는 강하게 반대했다.

FDP는 연립정부에서 상대적으로 소수 정당이었으나, 균형 예산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숄츠 총리가 린드너 장관의 사임을 요구하며 갈등이 고조되자 FDP는 연정을 이탈했고, 이에 따라 조기 총선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번 연립정부 붕괴는 독일 정치가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한 협력보다는 갈등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구조적 문제 해결 위한 과제

독일 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단기적인 경기 둔화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공급 다변화, 산업 경쟁력 회복, 노후화된 인프라 개선 등 장기적인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독일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같은 기후 변화 대응과 경제 안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다가오는 조기 총선에서 독일 국민은 경제 회복과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내놓을 새로운 정부를 선택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독일이 경제와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개혁과 국제 협력을 통한 새로운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독일 경제는 여전히 유럽연합(EU)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회복 여부는 유럽과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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