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5월 수출이 시장 전망을 웃돌며 3개월 만에 가장 빠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중동 지역 갈등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하드웨어 수요가 중국 수출을 떠받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이상 증가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15%를 웃도는 수준으로, 4월 증가율 14.1%보다도 확대됐다. 같은 기간 수입도 27% 이상 급증하면서 중국의 무역수지는 1,054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최대 규모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수출 증가 견인
이번 수출 호조의 핵심 배경으로는 AI 관련 하드웨어 수요가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와 AI 연산 인프라 구축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컴퓨터 부품, 반도체, 광통신 장비 등 관련 품목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
하오 저우 궈타이쥔안인터내셔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강한 수출 흐름은 AI 관련 하드웨어 수요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해외 주문이 앞당겨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수출 호조가 중국 내수 부진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5월 중국의 컴퓨터 및 관련 부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급증했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빠른 증가율로, 4월의 47% 증가보다도 가팔라졌다. 집적회로와 반도체 수출도 111% 늘며 2013년 이후 최대 증가율을 나타냈다.
미국 수출 회복세… 주요 지역 대부분 증가
지역별로도 수출 회복세가 뚜렷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5월 전년 동기 대비 36% 가까이 증가하며 202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기 시작된 관세전쟁 이후 장기간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던 흐름에서 벗어나 회복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과 중남미를 제외한 대부분 주요 지역에서도 수출 증가율이 확대됐다. 이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교역 흐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수입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기업들이 해외산 반도체와 장비 확보에 나서면서 수입이 빠르게 늘었다. 특히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5월 전년 동기 대비 20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AI 인프라 수요가 중국뿐 아니라 한국, 대만 등 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수혜를 주고 있는 셈이다.
첨단 산업과 전통 산업 간 격차 확대
다만 중국 무역의 회복세는 산업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AI 붐에 힘입은 반도체, 컴퓨터, 광통신 장비 등 첨단 제조업은 고성장을 이어가는 반면, 의류 등 전통 노동집약형 품목은 정체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반도체와 컴퓨터는 중국 전체 수출 증가분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면 전통 소비재 수출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 이 같은 ‘K자형’ 흐름은 중국 경제 정책 운용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부 AI 관련 제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소비 부진과 내수 침체는 여전히 경제 전반의 약점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수출 호조는 위안화 강세에 대한 중국 당국의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노동집약형 제품과 달리 첨단기술 제품은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훼손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수출 가격 상승에도 내수 부진은 부담
원유, 반도체, 금속 가격 상승도 중국 무역 지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의 수출 가격은 4월 3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며 장기간 이어졌던 가격 하락 흐름에서 벗어났다.
다만 이 같은 가격 상승이 전체 중국산 제품으로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내수 경쟁이 여전히 치열해 제조업체들이 가격 인상분을 충분히 전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임에도 해외 원유 구매를 줄이고 있다. 원유 수입은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장즈웨이 핀포인트자산운용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올해 위안화 절상 흐름에도 강한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며 “이는 중국 기업들이 국제 시장에서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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